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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멀리 떠날때

[RAILRO 2025] 2. 2024년말 신규 개통구간 소회

앞서 내일로를 이용한 목적이 신규개통구간을 철도로 직접 타보기 위해서... 였다고는 이야기를 했었죠.
이번 내일로로 그 목적을 달성했으니 그 구간 이야기들을 내일로를 이용하면서 타 본 순서대로 적어 보고자 하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열차가 조착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건 시각표 개정 몇 번 하면서 시간을 줄이든, 아니면 선로의 상태가 나빠져서 시각표대로 다니게 되든 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순서는 중앙선-동해선-서해선 순입니다.


신규개통구간 1 중앙선(안동-영천)
: 2025년 1월 17일(금) ITX-마음 1201 청량리(06:57) → 부전(12:38)

중앙선 철도는 개통 당초 목적도 경부선의 보조간선이었던 것을 감안해야 하고, 그리고 준고속화 문제 때문에 터널도 많이 들어가, 돈이 꽤 들어갔구나 하는 생각을 들 만하게 할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덕택에 교통혁명이 일어나는 곳들이 상당수 있는데, 영주를 기준으로 설명하는 게 빠르겠네요.
2025년 1월 30일 현재 중앙선 최속달 열차인 KTX-이음 709열차는 청량리-영주를 1시간31분에 주파합니다.
제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마지막 대규모 행정통합이 있었던 1995년 당시에 무궁화호로 청량리-영주를 3시간40분에 갔던 기억이 있는데, 비둘기호 통일호 사라지고 하면서 정차역이 늘면서 그게 4시간이 되고 4시간20분이 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복선화가 점차 진척되고, 이제는 준고속(KTX-이음)이긴 하지만 KTX까지 다니면서 청량리-영주가 2시간 이내로 들어와버렸고, 심지어는 KTX를 탄 경우 서울역도 갈 수 있습니다(!)
예전에 청량리에서 2시간이면 원주밖에 못 갔는데, 이제는 서울역에서 영주가 2시간에 들어와 버리네요. 덕택에 연선에 있는 지역이 모두 큰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무실동이라는 말도 안 되는 위치로 옮겨졌음에도 불구하고 원주역에서 하행 방향으로 많은 승객을 볼 수 있었습니다.

2025. 01. 17. 중앙선 원주역. 승객이 많습니다.

게다가, 이번 중앙선 철도 복선 개통으로 북쪽뿐만 아니라 남쪽으로도 눈에 띄게 소요시간이 감소했습니다. KTX가 온전히 부전까지 가는데다, 부전역까지 2시간 초반대로 들어와 버렸거든요. 가깝게는 영주-안동도 40분 걸리던 게 소요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으니, 경북 북부권에서 철도를 이용하는 효능감은 상상 이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덕택에 지역에서 기대를 많이 하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KTX가 막 개통되어 다니기 시작하던 시점에 영주에서 만난 벗에게 저는 딱 한마디 얹었습니다.
"KTX가 개통돼서 좋지? 근데 서울 사람들이 평일에 영주 와서 돈 쓰게 할 수 있어? 이대로면 주말에 영주 유령될걸?"

2025. 01. 17. 중앙선 군위역.

그리고 이번 신규개통구간 상에서 화본역을 대체하는 신설 역인 군위역. 도대체 왜 역이 여기있는지 이해는 가지 않지만, 승객이 얼마나 탈지 별로 기대조차 되지 않지만, 군위군이 그래도 지역명 붙은 역을 하나 갖고싶었나보다... 하고 이해해보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군위역'이라는 이름이 붙었음에도, 역은 중심지인 군위읍이 아니라 다소 떨어진 의흥면에 있습니다. 의성에서 철도를 거의 직선으로 영천으로 보내려 하다 보니 군위군을 지나는 곳이 여기뿐이었던 것이죠. 조금 아쉬운 것은 차라리 탑리역을 살려두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것입니다. 위치도 나쁘지 않고 더군다나 기존선로 옆을 그대로 지나는데 신호장조차도 만들지 않은 것이 아쉬운 부분이네요.

그리고 누가 압박을 심하게 넣는지, 아니면 원래 시각표를 여유있게 짜야 하는 상황이었던 건지는 몰라도 각 역의 정차시간이 1~2분 잡혀 있음에도 거의 모든 역에 조착하는 바람에 실제 정차시간은 대부분  3분을 넘었습니다.

2025. 01. 17. 중앙선/경부고속선 경주역. 정차시간이 길어진 덕택에 이런 사진이 가능했습니다.

교통업하는 사람들은 "조착은 있어도 조발은 없다"는 말을 반드시 새겨야 하겠지만, 승하차지연으로 지연되는 일이 일상이었던 경부선과 대비해 보니 너무 차이가 나더랍니다. 이제는 열차의 흐름을 예측 가능하니까 좋아진 걸까요...?

아. 중앙선 이용하면서 조심하셔야 할 것을 빠트렸네요.
차내판매가 없는데다 역에 자판기마저 깔려 있지 않습니다. 먹을 것은 반드시 미리 준비하세요.


신규개통구간 2 동해선(영덕-동해)
: 2025년 1월 17일(금) ITX-마음 1255 부전(13:18) → 강릉(18:07)

전에 차량으로 답사했을 때 개통 3일 전까지도 준비되지 않은 모습들이 대량으로 노출되었기에, 솔직히 많이 불안해 보였으나 다행히 싸게 지은 철도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2025. 01. 17. 동해선 울진역. 이제 대울진시대가 열렸습니다.

다만 완전히 새로 지은 노선이다 보니 이 철도의 중점 역이 어디인가가 문제가 되는데,
차량답사까지 병행했던 바를 따라서 추측해 보건대 일단 포항-동해 구간에서는 영덕/울진/흥부/삼척 정도?

열차를 탈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바다 방향을 보고 싶다면 좌석번호가 D로 끝나는 창측을 구매해야 합니다.
기존의 중앙선-동해남부선 경로를 이용하는 열차는 좌석번호 A로 끝나는 창측이 바다쪽인데, 이와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목적지에 따라 열차가 거꾸로 편성되는 문제 때문에 역에서 안내하는 데도 궁여지책을 쓰고 있었습니다.

2025. 01. 17. 동해선 부전역. ITX-마음 호차번호 위치에 주목해 보세요.

그리고 차내판매가 없는 것이 저에게는 너무 크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다행히 먼저 ITX-마음 청량리-부전 간을 이용하면서 차내판매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상태였던지라, 부전에서 미리 먹을 것을 사들고 열차를 탔습니다. 그런데 열차를 5시간 타야 하는데 차내판매도 없고, 역에도 자동판매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미리 준비를 안 해 두었다면 고생깨나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25. 01. 17. 동해선/강릉선 강릉역. 이걸 여기서야 알려주면 어떡합니까!

그래도 동해바다는 아름답습니다. 바다와 멀리 있는 것 같으면서도 바다를 볼 수 있는 구간이 의외로 많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먹을 걸 싸들고 한번쯤 기차를 타 보는 건 어떨까요.

2025. 01. 17. 동해선 근덕역 부근.


신규개통구간 3 서해선(서화성-홍성)
: 2025년 1월 19일(일) ITX-마음 1271 서화성(08:37) → 홍성(09:44)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열차를 타러 가면 아마도 굉장한 당혹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선개통 후시공도 정도가 있지, 이건 좀 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5. 01. 19. 아직 공사중인 신안산선 시화호 횡단 구간.


신안산선 공사가 지연되면서 원시-서화성 사이가 아직도 공사중인데다, 송산그린시티가 조성중이라 주변이 완전히 공사판입니다. 이에 셔틀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상 제대로 역으로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서화성역도 광장이 완전히 열린 게 아니고, 당초 직원주차장으로 설계되었던 쪽의 2번 출구를 개방해 놓고 그 곳을 셔틀버스 승강장 및 일반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2025. 01. 19. 서화성역. 국가철도공단에서 화성시 버스 2대를 임차한 듯합니다.

또 문제가, ITX-마음이 운행하지만 승강장 스크린도어 규격이 맞지 않아서 4량 중 2량만 사용 가능합니다.
이럴 상황이 예측되었다면 예산을 반납해서 스크린도어를 설치를 나중에 하거나, 아니면 예산을 더 받아서 KTX-이음과 ITX-마음을 모두 고려했어야 했습니다. 서해선 김포공항역은 그렇게 잘 만들어 두었으면서 여기서는 이런 일을 발생시킨 것을 보면 설마 정말 이럴 줄은 모르고 공사했나 싶습니다.

2025. 01. 19. 서해선 서화성역. 4호차 출입문 위치가 맞지 않는 모습.

또한 환승 등의 열차 접속이 대단히 시원찮다는 문제도 같이 노출됩니다. 서해선 열차는 하루 4왕복으로 다니는데, 장항선 열차의 배차가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홍성에서 군산 혹은 아산으로 갈 때 최소 1시간은 기다려야 합니다.
일단 지금의 미싱 링크인 원시-서화성 간이 개통되어야 최소한 커다란 문제점들 중 몇 가지가 해소될텐데, 공사가 길어지고 있으니 2년 이상은 이 꼴을 더 보아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