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1일 경춘선 무궁화호가 운행 중지되고, 수도권 전철로 완전히 대체됩니다.
20m 레일을 용접하지 않아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아직도 나는 구 경춘선. 그리고 대학생활에서 꼭 한번쯤은 가보는 MT의 추억을 많이들 안고 있는 경춘선. 12월 20일 경춘선 무궁화호의 마지막 운행 이후에는 이제 그 경춘선과는 안녕입니다. 통일호가 없어진 것도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이제는 무궁화호와도 안녕이네요.
대학생들의 MT 문화 같은 것도 크게 바뀌게 되겠죠. (다만 전 이제 대학 학부생에서 졸업하고 군대에 가네요.)
12월 21일에 경춘선이 개통하는데, 전 이미 전철로 경춘선 전 구간을 탑승했습니다.
갈아타는 곳 표시는 있어도...
아직은 갈 수 없는 곳인데.
도대체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나고요? 이런 게 있답니다.
국토해양부 고시 제 2009-218호(2009. 4. 27) 철도건설사업시행지침
제43조(시설물 이용자 점검 등 개선사항 보고)
① 철도사업자는 개통예정일로부터 10일 전까지 철도건설사업시행자와 합동으로 시설물 이용자 점검을 실시하여야 한다. 이때 철도사업자는 철도건설사업시행자와 협의하여 민간단체를 참여시킬 수 있다.
② 철도사업자는 개통 후 90일 이내에 철도시설의 보완사항 등 철도운영에 따른 개선사항을 국토해양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위 조문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철도건설사업시행지침에 따르면 개통 10일 전까지는 이용자점검을 실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연말 내 개통"에 무게를 두어 공사가 이루어진 나머지, 이번 이용자점검은 아쉽게도 시설물의 완전한 준비가 이루어지지는 못한 상태에서 실시되었습니다.
경춘선의 이용자점검은 이미 이전된 망우, 평내호평, 마석역을 제외한 상태에서 13일에는 춘천시 구간 6개 역(춘천, 남춘천, 김유정, 강촌, 백양리, 굴봉산), 14일에는 가평군 구간 4개 역(대성리, 청평, 상천, 가평), 15일에는 서울, 구리, 남양주에 있는 5개 역(상봉, 갈매, 퇴계원, 사릉, 금곡)으로 나누어져 이루어졌습니다. 전 그 중 13일 춘천시 구간의 이용자점검에 한국철도공사 수도권동부본부 고객대표 자격으로 참석하였습니다.
13일 춘천구간 점검 때에는 저 이외에도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춘천시에서 한 사람씩 나와서 점검위원으로 점검을 돌았는데요, 각각 신경써야 하는 분야가 달랐습니다. 제가 봐야 할 것은 승객에게 불편하지 않도록 동선이 짜여 있는가와 여객편의시설이 충분히 승객이 인식할 수 있게 되어 있는가 하는 식으로, 승객 입장에서의 역 건설상태 확인이었습니다.
앞의 사진에서도 보시다시피, 출발은 망우역에서 했습니다.
12월 13일 월요일부터 경춘선 시운전 시각표상의 상봉역 출발시각은 11:00인데... 이 날 이용자점검을 위하여 특별히 시운전차량이 편성되었습니다. 서울권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은 경춘선 시운전 차량을 통해 춘천에 11시까지 도착해서 춘천에서 굴봉산까지 춘천권역 역들을 모두 훑으면서 이용자 점검을 진행합니다.
승강장에는 차들이 대기하고 있고...
이번에 이용할 경춘선 07편성입니다.
열차는 생각보다 늦은 시각에 들어왔고 나갑니다. 상봉역에서 09시 30분에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성북에서 차가 수배가 안돼서-_- 차를 가지고 나오는 과정이 좀 늦어졌습니다. 덕택에 09시 50분 출발.
안그래도 운전실을 통해서 탑승한데다가, 춘천으로 이동하는 1시간 동안에는 할 일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행하는 직원분들의 동의를 얻어 운전실에 동승하여 기관사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이동했습니다. 경춘선 운전 경험은 많지는 않으셨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레일러에서도 공식적으로 운전실에서 찍은 사진들을 공개했기 때문에, 저도 몇 장 공개하고자 합니다.
꽤나 시원스럽게 뻗어 있는 선로입니다.
이 정도의 곡선반경 정도야...
잘 보시면 거리표가 2개입니다.
여기도.
퇴계원 - 상천, 그리고 김유정역 인근 일부 구간에서는 경춘선 무궁화호와 수도권 전철이 같은 선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거리표가 2개 붙은 구간도 종종 보이는데요, 숫자가 더 작은 것이 수도권 전철 거리표입니다. 또, 무궁화호와 서로 교행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어요.
열차는 춘천까지 논스톱으로 운행되었습니다만, 앞에 무궁화호가 있어서 기외정차를 3회 가량 하는 등의 일이 있었습니다. 덕택에... 춘천역에 도착한 것은 11시 05분경이었습니다. 나름 무장해서 갔다고 생각했는데도 공기가 참 차더군요. 아 이래서 강원도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일을 시작합니다.
5년 전 여길 상상하면...
허허.
춘천역 앞은 휑합니다. 아직 안내도가 없어요.
도로 이정표도 없습니다. -_-
춘천역에 좀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주동선에서 장애인 동선이 비장애인 동선을 건드리게 되어 있더군요. 물론 장애인이 이용할 일이 조금 적긴 하겠습니다만 그래도... 비장애인 동선과 겹쳐서 서로 기분나쁜 일을 만드는 것도 그렇고 하다 보니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좀 신경을 써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에서 오신 분은 춘천역 주차장 문제도 지적을 해 주셨는데요, 보도블록 포장이 되어 있다 보니까 휠체어를 타는 사람의 이동이 쉽지 않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고 하더군요. 또 역무실로의 휠체어 이용자 접근 문제도 여기에서 불거졌습니다. 춘천역만 역무실에 턱이 있었고, 그마저도 꽤 높았거든요.
그리고 안내표지가 많이 부족하더군요. 이건 춘천구간의 역 전체에서 벌어지는 현상이었습니다. 종합안내도 미설치야 뭐 그렇다 칩니다만, 승강장에 "나가는 곳" 표시를 찾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계단 앞에 가야 '나가는 곳' 표지 하나 달랑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또, 전체적으로 잘못된 부분은 행선지에서 "용산"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안내판에는 없었지만 전광판 위의 행선지는 "상봉, 용산" 방면으로 되어 있어서-_- 그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을 아니 할 수가 없겠더군요.[각주:1]
춘천역에서 잡아야 할 것이 워낙 많았던 나머지, 춘천역 점검만으로 오전 일정이 다 끝났습니다. 시운전열차가 워낙 뜸하게 운행되었다 보니, 이제부터는 차로 이동을 해서 남춘천역 앞의 어느 해물탕집에 갔습니다. 사실 닭갈비를 식사로 할 줄 알았는데 해물탕이라니... 해물탕이라니... ;ㅁ; (사진없음)
아직은 공사가 한창인 남춘천역이었습니다. 남춘천역에서 제가 지적해야 했던 사항은 일단 여객동선 유도 문제입니다. 남춘천역 주 출입구로 진입하면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상업시설입니다. 이제 좌 우를 둘러보면... 승차권 자동발매기가 있는 곳이 딱 한 곳 뿐인데다가, 그마저도 빌트인으로 되어 있어 발매기가 어디 있는지 일반 승객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전무합니다. 그리고 수유실...문제인데, 수유실에서 바깥쪽을 향해 선팅이 되어 있지 않더군요. 물론 일반 승객들의 시선 노출이 잘 되지는 않겠습니다만, 수유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만하기에 저는 이 사항을 점검표에 적었습니다.
김유정역은 참 특이한 역입니다. 이 역은 고의적으로 CI를 지키지 않았고, 또 고의적으로 한옥처럼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무엇 때문이냐면 말이죠... 밑 지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김유정 문학촌이 김유정역 바로 앞에 있거든요. 역명을 신남에서 김유정으로 개명했던 것도 이것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가 신남면이 아니라는 것도 한몫했죠.
김유정역을 통과하는 전동차.
김유정역 앞은 공사중.
진입로도 제대로 못 닦은.
역명판이 잘 안보입니다.
구 김유정역 방향으로.
엥?
여튼. 이 역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었던 것은 승강장에서 역사로 나갈 때의 문제입니다. 사진 중에 하나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승강장 측에서 역사 개찰구로 나가는 '문'이 있습니다. 역은 저상홈이 아니고 고상홈으로 되어 있지만, 승강장에서 개찰구 방향으로 문이 있다면 승객들은 동선을 유도하는대로 따라가지 않을 우려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아마 수정될 듯합니다.
그리고... 역명판이 안 보인다는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었는데요, 이건 지역주민들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오던 문제였던지라 역명판 뒤에 서울역처럼 흰색 판넬을 덧댄다고 합니다. 또 승강장 내부에서 역사를 바라보았을 때 "김유정"이어야 되는 역명판이 "김유정역"으로 되어 있는 것 등등 때문에 결국은 아마 역명판을 새로 제작한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자전거 경사로가 하나도 설치가 안 되어 있더군요. 영업개시 전까지는 설치를 완료할 것 같습니다만, 그때까지 설치가 되지 않으면 자전거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 같습니다. 다만 설치는 간단하니까... 레저관광도시로서의 춘천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에 춘천시 관계자 분이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이시더군요.
다음 순서는 강촌역입니다. 강촌역은 아예 산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그 피암구조물로 이루어져 있던, 젊은이들의 낙서가 역을 아름답게 해 주던. 그런 강촌역은 이제 우리의 기억에 없어집니다. 그리고 새로이 개통되는 강촌역에서는 낙서도 제대로 하기 힘들 것 같고요.[각주:2]
다만 구 강촌역에서 신 강촌역까지는 걸어서도 한 15분~20분 정도 잡고 가면 될 것 같네요. 강촌의 번화가(?)도 그만큼 멀어집니다. 안타깝게도. 하지만 전철 개통되고 이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강촌 안쪽에 있던 싼 펜션들은 방값이 오르겠는데요?
강촌역에
이제는
강이 안보입니다.
이 역부터는 또 비슷한 류의 문제가 계속 나타납니다. 바로 열차행선안내판과 승강장 안내판의 상호 간섭 문제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열차도착 안내 전광판에 승강장 안내 표지판이 가려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잡아낸 것은 과잉 안내 문제입니다. 강촌역에서 춘천방향 행선지로 안내하고 있는 것이 '남춘천, 춘천'이더군요. 어차피 춘천역으로 간다면 남춘천 갈 것은 뻔히 알고 있는데 굳이 남춘천을 안내할 필요가 없죠. '김유정, 춘천'으로 수정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이제서부터는 북한강변의 비포장 도로로 달려 역 점검에 들어갑니다. 강촌역 점검을 마치고 나니까 벌써 15시 20분. 오늘 안에 끝나기는 할까...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역 점검은 계속해야겠죠.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달려 나온 역은 백양리역입니다.
여기가 진짜로 강촌! 전망이 참 좋습니다.
멀리 보이는 엘리시안강촌.
하지만 주차 공간이 마땅치 않습니다.
주차장으로 쓰려면 좀 고생하겠네요.
여기는 아무리 봐도 목적부터가 뻔한 역입니다. 구 백양리역은 강촌역과의 인접성 등의 이유로 역은 역이지만 신호장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역이었습니다. 특히나 불과 몇 년 전부터는 역무원까지 빠지는 무인역이 되어 버렸죠. 그렇지만 바로 앞의 엘리시안강촌(구 강촌리조트)이 백양리역의 처지를 완전히 바꾸어 버렸습니다! 진짜로 스키장 하나만을 위한 역, 그것이 백양리역의 존재 이유가 되어 버렸습니다.
여기에선 앞에서 나왔던 '모든 역의 문제' 이외에 제가 딱히 지적할 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환급기 동선이 좀 지나치게 멀다 싶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주차장 문제가 좀 큰 것 같은데, 1층 주차장으로 향하는 동선이 별로 바람직하지가 않습니다. Barrier-free가 아니라는 의미예요. 어차피 1년에 세 번은 주차장이 잠기는데, 그 잠기는 주차장을 향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역무실이 있는 그 층에 소규모 주차장이라도 만들어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장애인 수요에는 대처해야 할 텐데, 바로 앞이 구 경춘선 선로고 해서 20일 밤에 돌관공사로 주차장을 만든다고 합니다. 주 수요처인 엘리시안강촌으로 갈 때 굳이 사람들이 차를 갖고 와서 여기에 주차시킨 다음 엘리시안강촌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다음 순서는 굴봉산역. 여기도 경강역이 아예 이름이 바뀌어 버린 케이스입니다. 최대한 고속화를 시키려다 보니 산으로 들어가 버려서 '경강'이라는 역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무리인 것 같더군요.
터널 사이에 있다 보니까...
승무하는 기관사에겐 최악입니다.
이 역에서 크리티컬이 터졌습니다. 1번 출구의 장애인 경사로가 장애시설 관련 건축기준을 충족시키지를 못하더군요(!) 이걸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전기시설의 설치도 어려워서, 도우미폰 전화번호를 붙여놓는 등 안내를 철저히 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이 역에서는 출구 앞에 붙어 있는 '나가는 곳' 표지에 출구번호가 붙어 있질 않았습니다. 들어올 때는 출구번호가 있었는데 왜 나갈 땐 출구 번호가 없는 걸까요? -_-;;; 이 이외에 동선적인 문제는 딱히 없었습니다. 특히 굴봉산역은 전체적으로 동선 유도가 아주 잘 되는 편이어서 말이예요.
전체적으로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일도 하고 덕질도 하자"는 생각으로 왔음에도 정작 사진은 많이 못 찍었네요. 2006년 경원선 의정부-동두천-소요산 구간의 이용자점검 이후 3년만에 와서 바뀐 방식으로 이용자점검을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뭔가 시간에 쫓기는 느낌까지도 들더라고요.
끝나고 나니까 17시. 굉장히 어두워지더군요. 점검을 마치고 춘천을 벗어나 가평의 공사현장사무실에서 강평을 하고 점검의견을 교환했는데, 뭐 이렇게 강원도가 추운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강 하나 건넜을 뿐인데 왜 느껴지는 공기에 차이가 나는 걸까요. 후덜.
점검 의견을 교환하고 나서 현재 영업중인 가평역에 들렀습니다. 시운전 차로 돌아가도 되기는 하는데, 시운전 차가 있을 것 같지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역무실에서 직원분들하고 이야기 좀 나누다가 돌아올 때는 무궁화호로 돌아왔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경춘선 무궁화 탑승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의 Quiz.
자. 이 시설물은 김유정역에서 발견한 건데요... 이것의 용도는 무엇일까요?
20일까지 알아맞추시는 분이 있으시면 제가 모종의 선물을 고민해 보겠습니다. 일단 저에게는 '레어아이템'으로 분류될 만한 것이 별로 없기에, 밥을 사준다든지 그래야겠군요. ㅋㅋㅋ
※ 단, 이미 사진을 공개한 사람이 극소수 있기 떄문에 그 사람들이 답을 맞추면 이벤트가 무효입니다.
※ 이번 사진은 "고의적으로" 저화질로 업로드했습니다. 원본은 제 노트북에 소장중입니다.
※ 이후 포스팅은 사진대방출의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벌써 24장이 추가로 대기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