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2단계 개통이 이루어진지도 벌써 한달이 더 지났습니다. 이제 KTX는 부산까지 '정말로' 웬만한 지하철 수준의 배차를 갖게 되었습니다.[각주:1]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벌써부터 흥하고 있는 울산, 그리고 평균작은 하고 있는 것 같은 신경주, 예상대로 망한 김천구미, 망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망해버린 오송역까지, KTX 수혜지역이 넓어지긴 넓어졌네요.
그렇지만 코레일 측에서 이번에 개통된 KTX 열차의 소요시간을 2시간 18분으로 홍보했으나 실제로 열차들의 소요시간은 그를 훨씬 상회하고 있었습니다. 선택정차의 탓이 좀 컸습니다. 각 지자체들에서 수없이 나오는 KTX 정차요구를 어떻게 뿌리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2시간 18분이 소요되는 열차는 이른바 '서대동부'로 불리는 서울-대전-동대구-부산 패턴의 열차 "딱 2왕복"입니다. 평균적으로 KTX 열차의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에서 40분. 물론 KTX 1단계 개통 때에 비해서 10분 이상 단축된 것이긴 합니다만, 10분 단축된 것 치고 운임이 4000원이나 올라 버렸으니 이것이 달가울 사람은 없으리라 봅니다. 소요시간에 대한 수많은 비난이 이어지자 코레일은 2010년 12월 1일부터 서울-부산 논스톱 KTX를 운행시키겠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연합뉴스 2010-11-01 : 2시간18분짜리 부산~서울 KTX타기 '그림의 떡'? 서울신문 2010-11-02 : "KTX 2시간 10분대 말 뿐" 경향신문 2010-11-02 : '서울-부산 논스톱', KTX 12월 중순 운행
서울-부산 논스톱 KTX는 #001 - #002로 반복운행하며, 초기인 12월 1일부터는 월~목에만 시험적으로 운영하다가 12월 15일부터는 정식으로 열차시각표에 등재되어 운행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하고자 하는 것은 이렇게 운행되기 시작한 KTX #001열차에 대한 리뷰입니다. 오랜만에 withKTX.net이라는 도메인 이름에 걸맞는 KTX 리뷰가 등장했네요.
KTX #001열차는 KTX-산천으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그럴 만 했던 것이, 2004년 운행되었던 최초의 KTX 논스톱 열차 (#9, #10, #20, #23) 의 일평균 여객수요가 KTX-1 1개 편성을 모두 채울 수준이 되지를 못했기 때문입니다. 회전율이 낮은 열차에 논스톱열차를 운행하기 때문에, 코레일 측에서는 그만큼 수송량이 낮은 객차를 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정이 있습니다.
아래의 첨부파일 열차에는 서울-부산 논스톱 외에도 서울-동대구 논스톱, 용산-광주 논스톱 등 아주 재미있는 자료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제가 직접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입니다. 여기에는 해당 구간에 대한 수송총량만 담겨 있습니다. 코레일 DB가 전산화가 잘 되어 있어 실제로는 이것보다 더 자세한 분석(요일별/날짜별)도 가능할 것 같은데, 이것은 실례일 것 같아서요. 한번 여러분들도 확인해 보시면서 덕심을 수련해 보세요.
이 날 KTX #001은 만석으로 운행했습니다. 12월 9일이 아주 일반적인 '목요일'이었던 것을 감안해 본다면, 솔직히 좀 이해가 안 갈 수도 있겠는데요, 이유가 있기는 있었습니다.
운행했던 편성이 KTX-산천 03호기였거든요.
이게 왜 저에게 주목의 대상이었느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거든요. 제가 이 열차의 표를 예약한 것이 12월 7일이었습니다. 인터넷으로는 좌석지정 예매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전화로 예매를 했어야 했는데, 가면서 노트북을 사용하려 했기 떄문에 KTX-산천에서 노트북 사용이 가능하도록 출입문 인접석을 잡아야 했습니다. 노트북을 가장 쓰기 좋은 좌석은 1호차 11(A~C)열. 장애인석이 있는 바로 그 열입니다. 표만 안 풀리게 된다면 책상 공간이 상당히 넓기 때문에 앉아서 컴퓨터 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이죠. 그런데... 예매가 안 되는 겁니다.
......이렇게 되어버린 겁니다. KTX-1 36호기만 특별차가 있는 줄 알았더니, KTX-산천 03호기에도 특별차가 있더군요. 허허허.... 덕택에 상담원분을 10분 정도는 붙잡고 있어야 했고, 8호차 마지막 좌석인 8호차 14A가 비어 있어서 그 좌석을 예매했습니다. 에휴. 이것도 나중에 알고 보니 노트북석으로 사용 가능한 출입문인접 좌석이 '교통약자석'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쉽게 풀리는 표가 아니라더군요. 그렇다면 KTX-산천 객차의 모든 좌석에 콘센트를 설치할 일이지, 왜 끝에만 만들어서 이런 일을 만드냐고요.
덕택에 1, 2호차의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웬만한 경우에는 KTX-산천 03호기가 고정 투입되고, 경우에 따라 가끔씩 다른 열차가 들어간다고 해요. 여튼 이렇게 1, 2호차의 발매가 막혔다 보니 발매되는 객차는 3호차부터 8호차까지. 그마저도 4호차는 스낵칸이 들어있어 반식반객으로 운영되다 보니까 이른바 '만석의 기쁨'을 누렸다는 것이겠지요. 12월 15일 정식운행부터는 다른 편성들이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코레일 측에서도 이 편성이 충분히 인기가 있다고 판단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운임을 올려받겠죠.
열차의 정시성은 아주 확실했습니다. 차내에서 잡히는 와이파이를 이용하여 로지스에 접속하고 계속 실시간으로 운행정보를 수신했는데, 지연이 있더라도 1분 이내의 아주 준수한 운행실적을 기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신경주부터 1~2분 정도로 지연폭이 생기긴 했습니다만, 결국 부산역에는 정시에 도착하더군요. 그런데 참 씁쓸한 안내방송이 하나 있었어요. "고객 여러분을 목적지까지 정시에 모시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저기요 여러분. 설마 지연을 일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여담을 하나 꺼내자면, KTX #001열차의 열차번호가 3자리가 된 이유는 '호차번호'와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1'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1호차라고 알 우려가 있다... 이런 것 같은데, 글쎄요. 그렇게 따지자면 KTX 개통 초기까지 있었던 열차번호 1번은 도대체 뭐란 말입니까. 게다가 차내에서도 '001[공공일]열차'라고 안내하지 않고 '1[일]열차'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만큼은 좀 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s.
좀 여담성이 짙은 이야기지만, 여기에서 안 꺼낼 수 없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KTX #303열차 이야기.
KTX #303열차는 서울에서 출발하여 동대구까지는 고속선으로 운행하다가 동대구에서 구포경유로 부산역으로 가는, KTX 1단계 개통시의 행로를 따라가는 열차입니다. 그런데... 이 열차의 당시 출발시각이 09시 40분이었거든요. KTX #001열차의 출발시각은 09시 45분인데 천안아산 도착은 #303열차보다 빨랐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이걸 #001열차 임시 운행기간 내내 "광명에서 #303열차를 선행대피시키는" 방식으로 해결하더군요. 다행히 두 열차 전부 다 12월 15일 운행시까지 지연은 거의 발생하지 않던데, 이런 논란을 좀 심하게 신경썼던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KTX에는 공식적으로 등급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위의 두 열차는 동일 등급의 열차가 되는 것인데, 특별동차 등을 제외하고는 동일 등급일 경우 상호 대피는 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또 다시 이런 무개념 다이어가 만들어지게 될 줄이야. 설마 구포경유를 하위 등급으로 규정하고 있진 않겠죠
그렇지만 현재의 12월 15일 열차시각표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고 있어 다행입니다. KTX #303열차의 출발시각이 아예 09시 55분으로 조정되어 버렸거든요. 정치권과 여론의 뭇매가 얼마나 철도 다이어에 막장질을 가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아주 모범(?) 사례가 만들어져 버려서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주간 선로점검이 있는 일부 시간대(11:00~12:00)를 제외하고 평균 10~15분, 최대 30분 이내의 배차입니다. [본문으로]